인권
강요되는 영유아 무한경쟁교육 특단 조치 필요
기사입력: 2015/11/23 [04:10] ⓒ NGO글로벌뉴스
정재원/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늦은 결혼으로 인해 아이가 아직 어려 육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보육이나 영유아 교육과 관련하여 많은 고민과 연구를 하게 되는 계기도 되고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아마도 연애를 제외하고는 이렇게 이론과 실천이 다른 영역도 많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특히 보편적인 이론이 아닌 당장 내 아이의 문제로 다가오는 이 영역에 대한 대응이 좀처럼 쉽지 않다. 심지어 이 분야 전문가, 교수들조차 자신의 아이에 대한 문제에 대한 대응은 자신의 지론이나 주장과 상당히 다른 경우도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이와 함께 놀이터나 ‘키즈 카페’ 등을 다니다가 종종 마주하는 현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유달리 폭력적인 행동이나 못된 행동을 거침없이 하거나 자신의 행동을 통제 못 하는 아이들을 꽤 자주 본다는 것이다.

 

아직은 유아들이라 과잉행동장애니 분노조절장애니 하는 말은 어울리지 않고 누구나 성장 과정에서 그런 과정을 겪는 것이라 생각해 왔지만, 초등학교 들어가기 1-2년 전의 아이들의 모습들 중에는 분명 무엇인가 문제가 있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궁금증이 생겨 알아 본 결과 이러한 아이들의 대부분이 영어유치원에 다니고 있거나 영어를 포함한 이러저러한 조기교육들을 하고 있었다.

 

물론 영어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다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아니고, 정반대로 일반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다 착한 것은 절대로 아니다. 또한 이러한 행동을 보이는 원인들 중에는 부모들의 양육 태도 등에도 원인이 있기에 섣부른 단정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설사 영어유치원이 아니더라도 일반 유치원에서도 영어를 포함한 조기인지교육이 경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영어를 포함한 다양한 조기교육들이 아이들의 정서발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한국 사회의 보육과 양육과 교육에 다양한 문제가 있지만, 아마도 이러한 문제들 중 가장 큰 문제는 조기인지교육이라는 보도들을 접한 바 있다. 그리고 그러한 조기인지교육 중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영어인지교육이라는 사실도 크게 회자되어 왔다.

 

영어를 비롯한 이러저러한 조기인지교육의 효과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언어 습득의 결정적 시기가 있다는 논리나 영유아의 뇌발달 이론을 이용한 정반대의 논리로 조기인지교육의 효과성을 이야기하는 사교육시장을 주도하는 집단들의 주장도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여러 전문가들 중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 대부분은 조기영어교육, 특히 영어유치원과 같은 영어전문학원 형태의 조기영어교육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거의 공통적으로 학업 스트레스와 낮은 학습효과는 물론 다른 부분에서의 창의력이나 학습능력에서의 자율성 저하 등을 지적하고 있다.

 

영어 외에도 사교육의 종류가 많아질수록 아동들이 부모와의 애착이나 또래 상호작용 등을 하지 못 해 정서적으로 많은 부분이 형성되는 이 시기에 획득해야 할 것들을 획득하지 못 한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도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데, 자신감과 집중력 저하, 부모 등 대인관계 형성의 어려움, 그리고 각종 정신적 장애를 겪는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전히 많은 학부모들은 이러한 조기인지교육이 얼마나 심각한 정신건강을 파괴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학부모들조차 다양한 이유로 아이들을 영어를 비롯한 조기인지교육 시장으로 밀어 넣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어떠한 논란이 있든지 간에 이러한 인지교육이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는 점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인지교육이 어린 아이들을 고통 속에서 신음하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많은 학부모들은 극심한 경쟁사회 속에서 자신의 아이가 뒤처지지 않도록 혹은 앞서서 나가도록 조기인지교육에 아이들을 보내고 있다.

 

그렇게 영유아 단계를 넘기고 나면 말 그대로 인지교육을 시켜도 되는 나이가 된 뒤로부터는 우리가 너무도 잘 아는 끔찍한 무한경쟁교육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이때는 이미 인지교육을 넘어 수 학년 뒤의 공부까지도 완결해야 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영어, 국어(논술), 수학은 물론 거의 모든 과목에서 아이들은 슈퍼맨이 되어야 한다. 문제는 영유아 단계서부터 감정과 감성의 발달이 지체된 체, 억지로 구겨 넣어진 온갖 지식들과 테크닉들로 인해 아이들은 화려한 언변을 보이며 풍부한 지식을 갖춘 것처럼 보여지지만, 동시에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무서울 정도로 이기적이고 폭력적이며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르는 괴물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렇게 키워진 아이들은 공감능력이 떨어져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들을 천하게 보거나 얕잡아 보고 배제하는 데 익숙해지며 심지어는 폭력도 서슴지 않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자주적이고 자율적인 학습 경험이 없어 비판적 사고를 할 줄 몰라 지배 이데올로기에 쉽게 세뇌되고 사회 문제를 가난하고 게으른 자의 문제로 보는 경향을 갖게 된다.

 

이러한 무한 경쟁 교육 속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되는 소수의 상층 학생들은 더 나은 출세를 향해 달려가면서 더더욱 사회적 연대나 책임, 그리고 민중에 대한 고민은커녕 정반대로 적극적으로 사회기득권이 되기 위한 궤변들을 만들어 내는 데 더 익숙해진다.

 

이제는 진리를 알아가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선대의 특권을 이어 받거나 새로이 만들고 지키기 위한 노력에 몰두한다. 이를 위해 정의나 공정, 민주주의와 인권, 평등과 복지 등을 쟁취하기 위한 희생이 아니라, 기성세대가 만든 보수 집단의 기득권과 특권 체제를 유지하고 확대하기 위한 편법과 아첨, 불공정과 부패, 배제와 차별과 같은 논리에 더욱 익숙해져 간다.

 

 

 

 

 

일베로 상징되는 한국사회의 병리적 현상의 사회적 토대 또한 바로 지금과 같은 끔찍한 ‘극단적 차별과 배제에 근거한 무한경쟁, 무한경쟁에 의한 국가 경제 발전’ 논리에 근거한 교육 시스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추락하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 보장 제도는커녕 기본적인 인간적 애정도 없고, 추락은 하지 않았으나 경쟁 속에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을 치유하는 제도 따위에는 관심도 없는 대한민국의 위정자들은 오히려 지금보다 더 많은 경쟁을 강요하고 그에 반하는 움직임에 반대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의 인위적 방치와 적극적 방조 속에서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의 탐욕을 위한 개혁 반대로 인해 이제는 이 끔찍한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나이가 심지어 2-3세까지 내려가 있는 대한민국 사회의 썩어 들어가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수요산책에 실린글 입니다.

ⓒ NGO글로벌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목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