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동훈표' 김건희 특검법 발의하면 논의해보겠다"…尹·韓 갈등 속 與 분열 노려 틈새 파고드는 李
이재명 대표도 민생 문제 논의 등을 위한 2차 회담을 한 대표에게 제안하면서 힘을 실어주고 있다
장서연| 입력 : 2024/10/2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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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중앙포럼에서 마주 보며 웃고 있다.사진=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갈등 구도를 부각하면서 당정 간 틈새를 벌리고 있다. 김건희 여사 의혹 규명에 적극적인 한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특검법 수용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김 여사 이슈를 둘러싼 '윤-한 갈등'을 지렛대로 삼아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추진 동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한 대표가 이번 사안에서 독자노선을 강화할 경우 여당 내 이탈로 특검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여사 특검법을 지지하는 비율이 높은 만큼 한 대표도 마냥 특검법을 저지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다.
이재명 대표도 민생 문제 논의 등을 위한 2차 회담을 한 대표에게 제안하면서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윤 대통령은 연일 공격하면서도 한 대표와는 회담을 통해 주요 민생 현안에 집중하면서 여권 내 존재감을 띄워주는 투 트랙 전략이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날 한 대표와 모임을 가진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을 향해 "배알이 있으면 꿈틀은 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한 대표가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주장한 김 여사 관련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서 친한동훈계 의원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이를 자극하면서 특검법 이탈표를 기대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이 필요한 만큼 여권이 당정 화합보다는 분열된 상태가 나쁠 게 없는 상황이다.
다만 민주당은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면서도 한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 당시 '제삼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던 것처럼 수용하기 어려운 조항을 걷어내고 특검법 대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민주당은 한 대표가 친한계 의원들과 완화된 특검법을 발의할 경우 당 차원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그 부분(제3자 추천안)은 이미 민주당이 논의해 볼 수 있다는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앞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대표의 제3자 추천안 제안을 수용했던 만큼, 김 여사 특검법의 절충안에 대해서도 열려 있다는 제스처로 읽힌다.
이러한 분위기는 전날 이뤄진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회담 때문이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80분간 회담에서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하고, 일견 모욕을 당하는 듯한 그림까지 연출되자 민주당이 재빨리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날 민주당 최고위에서는 야당이 마치 여당 대표의 역성을 들어주는 듯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재명 대표는 전날 회담에 대해 "여러 면에서 아쉽고 매우 안타까운 회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상대를 제거하고 존재를 무시하면 정치가 아니라 싸움이 된다"며 "존재를 인정하고 협의하고 조정해서 이견을 하나의 의견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 정치인데, 정치를 복원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숱한 의혹에 대해 제대로 답변을 내놓은 적도 없는 대통령이 여당 보고 대신 싸우라며 등 떠미는 꼴"이라며 "대통령과 김 여사가 국민의힘을 방패막이로 쓰려고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