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성향에 서열파괴, 경력파괴, 기수파괴…文대통령, 새 대법원장 김명수 춘천지법원장 지명, 법조계 안팎서 '충격'
문재인(64·사법연수원 12기) 대통령이 21일 김명수(58·15기) 춘천지법원장을 새 대법원장에 지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하자 법조계 안팎이 술렁이고 있다.
양승태(69·2기) 현 대법원장보다 무려 13기수 후배인데다 현직 대법관 13명 중 9명(11~14기)이 김 대법원장 후보자의 사법연수원 선배인 서열파괴 인사일뿐만 아니라, 대법관을 거치지 않고 대법원장으로 직행한 것은 초대 김병로 대법원장(1948~1957년 재임)과 3,4대 조진만 대법원장(1961~1968년 재임) 이후 49년만에 처음 있는 극히 이례적인 인사이기 때문이다. 현직 법원장이 대법원장으로 직행하는 것은 사법사상 처음이다.
특히 김 후보자는 진보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과 법원행정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촉매제가 된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초대와 2대 회장을 지내는 등 법원내 대표적인 진보 성향 인물로 평가받아왔기 때문에 강도높은 사법개혁 드라이브가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제왕적인 대법원장 시스템 해소 계기 사법행정에 새로운 시도 기대 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김 후보자는 인권 수호를 사명으로 삼아온 법관으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를 배려하는 한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기틀을 다진 초대 회장으로서 인권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춘천지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법관 독립에 대한 확고한 소신을 가지고 사법 행정의 민주화를 선도하여 실행하였으며,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법부를 구현함으로써 국민에 대한 봉사와 신뢰를 증진할 적임자"라고 인선배경을 설명했다.
법조계는 '기대 반(半), 우려 반(半)'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10년 판사생활 만에 처음보는 파격적인 서열파괴 인사"라며 "낮은 기수가 사법부의 수장이 되면 자연스럽게 제왕적 대법원장 시스템이 해소되는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부장판사도 "김 후보자가 판사회의 활성화에 관심이 높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사법행정에 새로운 시도들을 많이 하실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 후보자와 고등학교 동문인 한 변호사는 "법관 사회는 진보 혹은 보수라하더라도 합리적으로 하면 서로 충분히 설득해 나갈 수 있는 집단"이라며 "김 후보자는 법관으로서의 양심을 갖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처신해야하는지 잘 아는 합리적인 인물인데다 법관으로서의 소신과 양심이 확고한 사람이기 때문에 외풍을 받을 사람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전혀 예상치 못해 너무 놀랐다"며 "하지만 실력이나 인품을 볼 때 훌륭하신 분이기 때문에 납득할 수밖에 없는 인사인 것 같다. 사법개혁에 대한 열망이 느껴지는 인사인 만큼 앞으로 잘 해내길 바란다"고 했다. 이찬희(52·30기)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그동안 재판과 인권 분야 활동을 통해 사법개혁을 이끌 적임자로 인정 받아오던 김 후보자의 지명을 환영한다"며 "국민의 뜻에 따라 국민을 섬기는 사법부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쪽만 대변하는 코드인사 사법의 공정성·중립성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도
하지만 새 정부가 사법부마저 '코드인사'로 줄세우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김 후보자가 사법부내 갈등을 통크게 봉합하고 국민을 위한 객관적이고도 합리적인 개혁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이번 인사는 법치주의와 사법부 독립을 최소 10년 이상 후퇴시킨 것"이라며 "새 정부가 자신들의 생각이나 이념에 부응하는 판사는 중용하고, 이와 다른 재판을 하는 사람은 언제든 날려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판사들에게 천명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방의 한 판사는 "김 후보자가 설립한 국제인권법연구회의 간사를 맡았던 현직 부장판사가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입성할 때부터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법원내 진보성향 판사 그룹의 순수성에 의심이 갔다"며 "사법부를 얼마나 가볍게 보았으면 이런 인사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법원칙보다 새 정부가 신봉하는 '여론'에 부합하는 재판만 하라는 소리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요사건에서 상급심 판결례의 판단내용에 반대하는 판결을 하면 보직이나 평정, 사무분담 등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생각하는 판사가 47%나 된다는 것이 지난 3월 국제인권법연구회가 발표한 내용"이라며 "탄핵이 아니면 해임이나 파면되지 않는 철저한 신분보장을 받는데도 근무지나 사무분담, 승진과 같은 인사문제에 얽매여 소신 판결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재 판사들의 모습이란 말인데, 새 정부가 앞으로 임기내 단행할 10명에 달하는 대법관 인사 등에서도 계속 이번 인사와 같은 기조를 유지한다면 몇 년 후의 사법부 모습은 매우 우려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한 고법부장판사는 "여러모로 볼 때 우려할 만한 측면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새 대법원장이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최근 일련의 사태로 나타난 법원 내부의 편가르기 등 갈등을 잘 봉합해 사법부 구성원들로부터 먼저 신뢰를 쌓은 다음 이를 기반으로 국민을 위한 개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출신인 김 후보자는 부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1983년 제25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1986년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로 임관한 이후 줄곧 일선 법원에서 재판업무를 담당해 실무에 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민사조장을 역임하고 민사실무제요 발간위원으로서 원고를 집필하는 등 민사재판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설립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와 함께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첫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등 인권법 분야 발전에도 기여했다. 부인 이혜주씨와 1남1녀. △부산(57) △부산고·서울대 법대 △사시25회(연수원 15기) △서울북부지원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수원지법 부장판사 △특허법원 부장판사 △특허법원 수석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춘천지법원장(現) <저작권자 ⓒ NGO글로벌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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