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개천절 집회 주최한 전광훈 목사와 황교안 대표 사이에 어떤 ‘약속’이 있었을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황교안...이재오 “자유한국당과 집회 같이하기로 했었다”
기사입력: 2019/10/07 [12:06] ⓒ NGO글로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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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자유한국당과 보수단체 회원들이 뒤섞여 문재인 정권 규탄과 조국 장관 해임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전국 각지의 보수진영이 서울 광화문으로 집결한 지난 3일, 광장은 7개 구간으로 갈라져 집회 참가자들을 맞이했다. 보수 성향 시민들에게 사실상 메인으로 꼽히는 우파단체 연합 ‘문재인 하야 범국민 투쟁본부(투쟁본부)’는 광화문 광장 남쪽에 무대를 두었다. 자유한국당은 맞은편 북쪽에 있었다. 우리공화당, 태극기 혁명 국민운동본부, 일파만파 애국자연합 등도 곳곳에 집회 무대를 꾸렸다.

 

국회의원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 김진태 의원을 비롯해 자유한국당 소속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은 당이 주도하는 행사 대신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총괄하는 투쟁본부 집회에 참가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이준석 최고위원은 ‘조국·문재인 퇴진 국민 행동’이 주최하는 집회 참여를 위해 광장을 찾았다. 

 

행사는 오후 1시를 기점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됐다. 각각의 보수 단체는 물리적으로 하나가 된 듯 보였다. 이런 현상은 이들이 ‘참가자 수 품앗이’를 하는 구실을 제공하기도 했다. 주최 측은 모두 자신들의 집회에 수백만 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도 당의 동원력·영향력에 비해 훨씬 많은 사람이 집회에 참여한 것처럼 보이는 효과를 누렸다. 자유한국당은 자당 주최 ‘문재인 정권 헌정 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규탄대회’에 300만 명 이상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에게 300만 추산 근거를 물으니 “옆 집회 참가자들까지 합하면 300만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 돌아왔다.

 

투쟁본부와 자유한국당은 애초에 집회를 함께 여는 것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투쟁본부 총괄본부장을 맡은 이재오 전 장관은 민중의소리와 통화에서 “자유한국당이 처음에 우리랑 집회를 같이하기로 했다”며 “그런데 자유한국당이 당원이 많이 모였으니 따로 집회를 하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은 “군중이 많이 모였는데 집회를 두 곳에서 하면 안 되니 자유한국당이 개회하고 황교안 대표 연설을 먼저 하면, 그때까지만 우리가 기다려주겠다고 했다. 그 뒤에는 합체하기로 합의를 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이날 황 대표의 연설을 대회 가장 마지막 순서에 배치했다. 이 전 장관은 “투쟁본부 쪽에 인구가 많이 모여 있는데 자유한국당이 몇 명 안 되는 사람을 모아놓고 큰 (행사인) 것처럼 따로 하니까 우리 쪽에서 많이 열을 받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날 집회에서는 주도권을 놓고 묘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광장 남쪽과 북쪽에 각각 무대를 설치한 투쟁본부와 자유한국당은 비슷한 시각 집회를 시작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스피커 대치를 벌였다. 양측의 배경음악이나 발언자의 음성이 뒤섞여 어느 쪽도 명확히 안 들리거나 한쪽의 음성이 묻히기도 했다. 투쟁본부 측 일부 참가자가 자유한국당 집회 사회를 본 전희경 대변인을 향해 “진행 똑바로 하라”며 항의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러다 제각각 집회를 진행하던 양측이 일순간 하나가 된 때가 있었다. 바로 황교안 대표가 자유한국당 무대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잡은 순간이었다. 어느 쪽도 불평 없이 황 대표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사실상 이날 집회의 하이라이트 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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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자유한국당 향해 “약속 지켜달라” 
황교안 발언 시작하자 투쟁본부 ‘음소거’
 

황 대표의 발언과 동시에 투쟁본부는 집회 볼륨을 음소거로 낮췄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발언할 때까지도 자신들의 식순을 이어간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투쟁본부 집회를 주도한 전광훈 목사는 이날 중간중간 마이크를 잡고 “자유한국당은 약속을 지켜달라”고 발언했다. 

 

특히 나 원내대표가 발언하는 동안 투쟁본부 무대에서 김문수 전 지사, 신의한수 신혜식 대표 등의 발언이 끝났는데도 나 원내대표 발언이 이어지고 있자 전 목사는 자유한국당을 향해 “황 대표 연설 나와 달라. 약속대로 지켜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목사는 연신 “우리가 들을 테니 황 대표의 연설을 빨리 시작해 달라”고 촉구했다. 

 

나 원내대표 발언이 끝나고 황 대표가 자유한국당 무대에 오르자 전 목사는 자신들의 집회를 잠시 중단시켰다. 전 목사는 투쟁본부 무대에서 발언 중이던 송영선 전 의원에게 “잠시 후 다시 하라”고 제지하더니, 집회 참석자들에게 “황교안의 연설이 시작됐다. 방향을 저쪽 세종문화회관으로 틀어 달라”고 유도했다. 

 

급기야 전 목사는 “우리 다 같이 황 대표를 두 손 들고 만세로 환영하자”고 이끌었다. 황 대표의 연설이 15분에 걸쳐 이어지는 동안 투쟁본부 무대에 설치된 스크린과 스피커는 일제히 자유한국당 무대 위 황 대표를 향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투쟁본부와 집회 시간이 겹치니 시간차를 둬서 진행하기로 했는데, 그쪽에서 양해됐던 대로 안 하고 그냥 했다”며 “결국 집회를 동시에 진행하고 겨우 이야기가 된 것이 황 대표 연설할 때만 투쟁본부 행사를 중지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황 대표의 연설이 (집회의) 최고 피크였다”며 “결과적으로는 잘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투쟁본부의 대형 스크린에 황 대표의 연설 장면이 집중적으로 잡힌 데 대해 “우리 허락의 문제는 아니고 투쟁본부가 그냥 한 것 같은데, (화면을) 잡은 게 우리 입장에서 나쁠 것은 없다”며 “여러 사람들이 대표 얼굴을 보고 공유하는 게 나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재오 전 장관도 “제1야당 대표가 연설하니 우리가 예의상 마이크를 꺼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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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위해 기도해 달라”던 황교안 
“장관직 제안받았다”던 전광훈...‘얽히는 둘’
 

황 대표와 전 목사가 어우러지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두 사람이 지속적으로 얽혀왔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지난 3월 취임 뒤 한기총을 예방해 “저를 위해 기도해 달라. 필요하면 행동도 같이 모아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황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전 목사를 비롯한 한기총 전·현직 지도부를 만나 “이 기회에 좌파정부 폭정을 막자. 목사님들께서 1천만 크리스천과 함께 뜻을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황 대표에게 전 목사는 “과거 우리가 장로님 대통령을 3번 세웠다. 이승만 장로님은 대박 났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는 “황 대표의 첫 고비는 내년 4월 총선이다.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200석을 (확보) 하면 이 나라를 바로 세우고, 제2의 건국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고 자신했다.

 

전 목사는 당시 황 대표를 위해 ‘자유한국당 총선 200석 확보’를 염원하는 축복 기도도 했다. 전 목사의 극우적 발언과 정치적 돌출 행동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급기야 전 목사는 지난 5월 황 대표가 자신을 만나 “장관직을 제안했다”고까지 주장했다. 

 

전 목사의 이러한 행보는 그를 중심으로 한 보수 성향 개신교계 ‘기독자유당’이 보수 성향 개신교 신자이면서 전도사 자격을 갖춘 황 대표를 지지함으로써 원내 진출을 노리는 것으로도 풀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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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통합’ 손잡은 듯, 안 잡은 듯 
전광훈에 ‘선’ 못 긋는 황교안
 

지난 개천절 집회에서 황 대표와 전 목사가 나란히 하는 모습은 연출되지 않았다. 투쟁본부가 이날 행사의 핵심 순서로 꼽은 행진에 황 대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후 4시경부터 시작된 행진에서 자유한국당 당원들을 포함한 다수의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이 청와대로 발걸음을 향했지만,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행진 주최 대열에 합류하지 않았다. 다만 자유한국당은 오후 2시 45분경 당의 집회가 끝난 뒤에도 당원들에게 “광장에 남아 오후 4시 시작하는 행진에 참여할 것”을 공지했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우리 집회가 끝난 뒤 행진을 하게 되면 참가자들을 청와대로 끌고 가버려야 하는데 다른 집회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인원이 빠져나가면 김을 빼버릴 수 있다”며 “그래서 당은 공식적으로 행진을 안 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집회가 끝날 때까지 어떻게 당원들을 붙잡고 있을지 사전에 논의했지만 뚜렷한 방식은 없었다. 그래서 황 대표가 광장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이석을 막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황 대표는 자유한국당 집회가 끝난 뒤에도 오후 4시 30분경까지 광장에 남아 곳곳의 집회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누다 돌아갔다. 다만 행진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3일 집회를 ‘원거리’에서 보면 같은 공간에서 물리적으로 ‘보수통합’을 이룬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앞서 살펴본 대로 ‘근거리’에서 보면 주도권 다툼과 신경전이 벌어지는 경쟁의 공간이었다.

 

원외에서 강점을 발휘하고 있는 황 대표에게 전 목사의 동원력은 솔깃한 지점이 있다. 하지만 황 대표는 전 목사와 완전히 손을 잡았다고 보기도, 잡지 않았다고 보기도 애매한 상황들을 꾸준히 만들어 냈다. 황 대표가 ‘조국 사퇴’ 집회를 명분으로 보수 진영 내에서도 ‘극우’로 분류되는 전 목사와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황 대표에게 부담이 크다. 

 

게다가 투쟁본부는 이날 ‘조국 구속’ 만큼 ‘박근혜 석방’을 집회 핵심 구호로 내걸었다. 황 대표가 전 목사와 얽힐수록 박 전 대통령 석방에 반대하고 개혁적 ‘중도보수’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바른미래당 유승민·안철수 전 대표와 접촉면을 넓히는 데는 발목이 잡힐 수밖에 없다. 결국 ‘보수 대통합’을 꿈꾸는 황 대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러기에도 저러기에도 애매한’ 상황에 놓여있다. 3일 집회는 그런 황 대표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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