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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12’ 선택적 작동하는 언론 비판기능

짖어야 할때 짖지 못하는 한국 언론 비판기능 필요할 때는 침묵

Wycliff Luke 기자 | 기사입력 2015/11/27 [04:06]

‘프리미어12’ 선택적 작동하는 언론 비판기능

짖어야 할때 짖지 못하는 한국 언론 비판기능 필요할 때는 침묵

Wycliff Luke 기자 | 입력 : 2015/11/27 [04:06]

프리미어12를 전한 한국언론은 일본의 꼼수를 질타했다. 그러나 국가의 기강을 뒤흔드는 사건엔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우리는 ‘사소한’ 일엔 목숨을 건다. 그러나 정작 목숨 걸고 달려들어야 할 문제에 대해선 시큰둥하다.

 

▲ 프리미어 12를 보도한 언론기사 이미지 캡쳐   

 
지난 11월 19일(목) 야구 국가대항전 ‘프리미어12’ 준결승 경기에서 한국이 일본을 통쾌하게 이겼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8회까지 상대 투수 오타니의 구위에 눌려 0-3으로 뒤지다가 9회 단숨에 4점을 뽑아 경기를 뒤집었다.

 

일본과의 경기는 주최국 일본이 자신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일정을 운영했음에도 이에 굴하지 않고 승리했기에 더욱 기쁨이 컸다. 대표팀은 여세를 몰아 21일(토) 미국마저 8-0으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언론들도 한국 선수들의 승리 소식을 타전하면서 거의 예외 없이 일본의 ‘꼼수’를 지적하고 질타했다. 그중 백미를 꼽자면 모 매체의 20일 자 기사다.

 

“‘꼼수 퍼레이드’로 어떻게든 우승 트로피를 가져가려 했던 일본. 하늘도 이를 알았는지 끝내 그들에게 우승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런 보도를 보면서 놀랐다. 한국 언론의 비판기능이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야구 국가대항전은 사소한 일이다. 한국이 일본을 이겼다고 한국의 국력이 일본을 능가하지 않는다. 적어도 한국이 일본을 통쾌하게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분야는 스포츠일 것이다. 한국 가전제품이 일본에 우위를 점했다고 자부하지만 기초 소재기술은 일본이 우위다.

 

이에 비해 4대강 사업, 국가정보원(국정원)의 정치개입, 세월호 참사, 정윤회 문건 파동 등등 이명박-박근혜 정권 들어 불거진 사건사고들은 너무나 심각하다. 4대강 사업은 국토의 훼절을 초래했고, 나머지 세 사건은 국가의 존립기반을 뒤흔드는 위중한 사건들이었다.

 

스포츠엔 분노, 정작 국가의 위기엔 침묵

 

그러나 우리 언론은 이런 문제엔 철저히 침묵했다. 오히려 정권의 입장을 대변하고 정권의 물타기 공작에 앞장섰다. 그뿐만 아니다. 정부-여당은 게임규칙-법-을 마음껏 어겼고, 심지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경우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규칙을 바꿨다. 검찰, 경찰 등 사정기관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언론은 철저히 침묵했고 정권의 나팔수를 자처하는 행태를 반복했다.

 

그런 언론이 ‘프리미어12’ 대회를 주관한 일본의 꼼수를 일제히 비판하고 나서니, 도무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 일본의 꼼수가 한국의 국체를 뒤흔드는 위중한 사안인가? 오히려 이명박-박근혜 정권 하에서 국가 기강을 흔드는 사건이 하루가 멀다 하고 불거졌지 않았던가? 너나 할 것 없이 일본의 꼼수를 비판하는 언론이 왜 이런 사안들에서는 침묵했을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우리는 사소한 일엔 참 잘 분노한다. 그러나 정작 분노해야 할 일엔 분노하지 않는다. 이게 다 언론의 비판기능이 선택적으로 작동한 탓이다.

 

보수 정권 집권 이후 나라의 존립기반이 흔들린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날로 높아가고 있다. 언론만 제 자리를 지켰어도 나라가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 유력신문 <뉴욕타임스>는 19일(현지시간)자 사설을 통해 박근혜 정권의 실정을 신랄하게 질타했다.

 

“한국의 대외 이미지를 가장 크게 해치는 것은 경제가 아니라 정치, 특히 역사를 고쳐 쓰고 반대 목소리를 억누르려는 박 대통령의 위압적인 시도들이다.”

 

어디 이뿐일까?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사태에서 드러난 군의 총체적 무능, 세월호 참사 당시 아예 작동을 멈춘 정부 등은 한국의 신뢰도를 실추시킨 주범들이다. 그러나 정권은 책임 전가에 급급했고, 언론은 총대를 멨다.

 

부디 당부한다. 짖어야 할 때 짖어 달라. 언론이 정권의 애완견이 됐다고 비아냥거리는 외부의 시선이 부끄럽지 않은가?

 

이 기사는 [뉴스프로] 제공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