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바이러스의 습격(김우주 지음, 2020) / 시인 차용국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에서 긴급회의가 열린 것은 1월 10일 아침이었다신종 바이러스의 습격(김우주 지음, 2020) / 서평쓰는 시인 차용국
인류 문명의 발달은 기록의 힘입니다. 가치 있는 기록은 진실에 관한 정보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에 관한 기록도 마찬가지입니다. 정확한 기록은 잘하고 잘못한 것을 들추어 내어 상과 벌을 주는 의미도 있겠지만, 언젠가 다시 맞붙어 싸울 전장에서 최선의 무기를 확보한다는 점이 더 중요할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1년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와의 싸움에 관한 기록을 바둑기사가 대국을 꼼꼼하게 복기하듯이 살펴보고, 공유하고, 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 될 것입니다.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지구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한에서 괴질이 돈다는 소문은 2019년 12월 초에 시작되었습니다. 괴질이 발생하면 먼저 병원체의 정체를 빨리 알아내야 합니다. 두 번째로 감염 경로 및 확산 양상을 파악해 감염 경로를 차단하는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18쪽). 이때 가장 중요한 일은 정확한 정보입니다. 전염병과의 싸움은 정보 전쟁입니다(15쪽). 하지만 중국 정부는 침묵할 뿐이었습니다. 결국 12월 30일, 우한 중앙병원 안과 과장인 리원량(李文亮·34) 박사가 SNS를 통해 괴질의 정체를 최초로 알렸습니다. 그제야 12월 31일, 중국 정부는 우한에 원인불명의 괴질이 돈다고 세계보건기구에 보고했습니다(15쪽). 이미 우한 폐렴, 코로나19가 상당히 확산된 이후였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급박하게 확산일로에 있는 대도,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는 2020년 1월 9일이 되어서야 우한에서 41명의 폐렴 환자가 발생했고, 사람 간 전파가 확인되지 않았고, 의료진 감염도 없으며, 사망자도 없다고 발표했습니다(16쪽). 리원량 박사도 1월 9일 안질 환자를 치료 후 같은 환자와 같은 바이러스에 전염되어 12일 입원했고, 그의 부모도 15일 같은 증세로 입원했습니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는 1월 20일이 돼서야 중난산 박사의 입을 통해 사람 간 전파를 사실상 인정했고(18쪽), 1월 30일 WHO는 사상 6번째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했습니다(8쪽). 중국 정부가 코로나19의 발병과 전염에 관한 정보를 은폐ㆍ왜곡하고 통제하며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그 결과는 세계 곳곳에서 희생된 수많은 인류의 생명이요 공포였습니다.
결국, 2월 7일에는 우한에서 코로나19 발병을 처음으로 알렸다는 이유로 처벌까지 받고도 전염병 환자를 돌보던 리원량 박사가 결국 전염병에 감염되어 사망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리원량 박사가 허위정보를 유포한다는 죄로 그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있는 동안 전염병은 순식간에 중국을 덮치고 전 세계로 퍼져 나갔습니다. 중국 정부가 그의 입을 막으려고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전염병이나 재난이 유행하는 시기에는 흔히 가짜 뉴스라고 불리는 허위정보들도 늘어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정보의 원천을 정부나 특정 기관에만 맡겨들 수만은 없는 일입니다. 허위정보를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정보의 원천과 발표의 독점 및 통제를 허용하는 것도 그만큼 위험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몇백 개의 허위정보를 막는 것보다 하나의 진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진실과 허위가 서로 겨루게 내버려두라. 진실이 허위와 겨루게 하라(출처 불명). 언젠가 메모장에 적어놓았던 글입니다.
한편,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에서 긴급회의가 열린 것은 1월 10일 아침이었습니다. 이날 중국 CDC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 정보와 진단시험 등의 정보 공유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습니다(17쪽). 물론 전염병에 관한 정보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전염병에 관한 정확한 정보와 신속한 초기 대응이 중요한 것은 인류의 광범위한 생활 영역의 확대에 따른 방역 역량의 제한 때문이기도 합니다. 요즘과 같은 그물코 세상에서 공중보건은 전지구적 문제(23쪽)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바이러스는 현대문명의 이기를 타고 방역 역량을 비웃으며 놀라운 속도로 전파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항공여행객의 이동 경로는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중요한 방역 요소입니다(23쪽). 2019년 12월 30일부터 2020년 1월 22일 간 인천공항에서 중국 우한발 승객 이용자는 6,430명이었습니다(24쪽). 그 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과 중국 내에서의 우한 방문자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물코처럼 연결되어 있는 접촉의 고리를 차단하는 것이 방역의 시작일 것입니다.
한국의 질병관리본부는 처음에 코로나19 오염지역을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로 한정했다가, 1윌 28일에는 중국 전역으로 넓혔고, 2월 12일 0시를 기해서 홍콩, 마카오도 오염지역으로 지정했습니다(25쪽). 이미 뚫린 뒤였고, 그나마 싱가포르는 오염지역에서 빠져있었습니다. 신속하지도 신중하지도 않은 조치였습니다. 그동안 1월 18일부터 24일까지 싱가포르를 다녀온 17번째 환자는 귀국 후 열흘 동안 자유롭게 생활을 했고, 그동안 발열 증상을 느껴 병원과 응급실, 약국을 드나들었음에도 관리대상자로 지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7번째 환자가 싱가포르에서 열린 같은 컨퍼런스에 참석했던 말레이시아 환자가 확진 통보를 받았다는 소식을 2월 4일 듣고, 한양대 구리병원 선별진료소를 방문 검사 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만약 17번째 환자가 선별진료소를 자발적으로 찾지 않았다면 지역전파의 위험성은 한층 더 커졌을 것입니다(26쪽). 감염이 의심되면 무엇보다도 머뭇거림 없이 사람의 접촉을 차단하고 검사를 받는 용기와 판단이 중요합니다.
지역사회 감염(community infection)은 병원을 넘어 공공장소 등 지역사회로 전파돼,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바이러스가 의료기관 밖의 학교나 공공장소 등 지역사회 곳곳으로 확산되는 것을 말합니다(28쪽).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던 확진자는 2월 18일을 기점으로 대구에서 급속한 확산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31번째 확진환자로 불리는 감염자를 통해 밝혀진 신천지 대구 교회의 바이러스 전파 양상은 슈퍼전파를 넘어 클러스터(집단 감염)의 위험까지도 높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31쪽). 언론에서 슈퍼전파자라는 용어가 등장했습니다. WHO는 슈퍼전파자(super-spreader)를 다수의 개인에게 질병을 퍼뜨리는 사람으로 정의합니다(32쪽). 하지만 WHO는 슈퍼전파자라는 용어 대신 슈퍼전파 사건(super-spreading events)이라는 용어를 권장합니다(34쪽). 슈퍼전파자라 하면 환자 개인에게 슈퍼전파의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표현인데다, 슈퍼전파가 발생한 외부적인 환경과 상황을 살피지 못하게 하는 점이 있기 때문입니다(34쪽). 바이러스의 습격은 예외가 없고, 감염의 책임을 개인이나 집단에게만 전가하고 비난하는 것은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전염병 대응에는 사례정의가 매우 중요합니다. 사례정의는 감염병이 유행할 때 감시ㆍ대응ㆍ관리 대상을 규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36쪽). 사례정의는 방역의 그물망을 짜는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물을 촘촘하게 잡아야 좀 더 많은 환자를 확인하고 선제적인 방역이 가능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40쪽). 정부는 그간의 사례를 정리하면서 관리 지침을 공지했습니다. 정부는 코로나19 상황을 처음에 3단계로 정의했다가 5단계로 세분화하였습니다. 단계를 조정하고 각 단계별 적용 지침을 적용함에 있어서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을 몰이해의 소치로만 매도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11월 하순에 이르자 코로나19 확진자는 줄어들지 않고 연일 확진자가 500명을 넘기 시작했습니다. 재 유행이 우려되자 12월 8일 수도권은 2.5단계로 상향 조정하였습니다. 이곳저곳에서 불만이 터져나왔습니다. 유사 직종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적용 지침이 섬세하지 못하고 공평하지 않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그래서 정부에만 맡겨둘 수는 없는 일입니다. 정부를 포함한 각계의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전문가라 하면 질병 관련 전문가만 의미하지 않습니다.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의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합니다. 재해는 총체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이기에 대책도 종합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2월 23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하여 위기경보 단계를 최고단계인 심각 단계로 격상했습니다(42쪽). 대구의 상황은 이미 급증하는 의료 수용력(surge capacity)을 넘은 상태로 기존의 의료시스템도 영향을 받고 있었습니다(44쪽). 확진환자가 늘어나면서 음압유지 병실 등 의료 시설과 장비의 부족과 의료진의 피로도는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음압유지 병실이란 병실 내부 압력을 복도 등 다른 병실보다 낮게 유지시켜 내부의 공기가 옆 병실로 새어 나가지 않고, 내부 공기가 환기될 때는 병실 바닥 아래에 있는 필터를 거쳐 나가게 되어 바이러스 및 병원균이 걸러지는 병실을 말합니다(47쪽). 이와 같은 사례로 볼 때 감염병 대유행 시기에는 기존의 의료체계와 감염병 의료체계를 분리 운영하는 것과 의료 시설 및 장비의 확보와 의료진의 보호 및 근무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매우 긴요한 일이 될 것입니다.
전염병의 감염경로를 숙지하고 대응하는 것은 생활방역의 중요한 몫입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코로나19는 주로 비말에 의해서 호흡기로 감염됩니다. 비말이란 침 같은 호흡기 분비물을 말합니다. 비말에는 많은 세균과 바이러스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논란이 되는 것은 에어로졸(공기) 감염 문제입니다. 전문가들은 일상생활에서 공기감염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견해입니다. 공기전파는 특수한 환경에서 예외적으로만 가능한 일입니다. 비말을 차단하는 가장 손쉬우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은 올바르게 마스크를 쓰는 일입니다. 마스크 쓰는 일은 나를 보호하고, 나의 이웃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미덕입니다.
우리는 전염병 패데믹을 걱정합니다. 팬데믹은 WHO 전염병 경보 단계의 최고 단계인 5~6단계에 해당할 때 선언합니다. 이미 전염병이 국가간 전파가 이뤄져, 두 개 이상의 대륙에서 만연한 상황에서는 세계적인 대유행, 팬데믹을 선포합니다(65쪽). 지금까지 1968년 홍콩 독감, 2009년 6월 인플루엔자 A(신종플루) 사태, 단 두 번에 걸쳐 선포되었습니다(65쪽). 한편 신종 감염병의 출현 등 국제적으로 공중보건이 위협 받는 상황이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합니다(65쪽). WHO가 국제적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은 6번 있었습니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A, 2014년 소아마비 및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2016년 지카 바이러스, 2019년 콩고민주공화국의 에볼라, 그리고 코로나19입니다(66쪽).
새로운 신종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백신입니다(74쪽). 백신은 두 가지 방법으로 생산됩니다. 바이러스를 죽여 병독성을 없앤 사백신과 사백신 일부에 면역증강제를 넣은 백신입니다. 면역증강제를 사용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백신증강량 증가 더불어 항체생성률 증가에 있습니다(76쪽). 우리나라의 백신은 모두 사백신입니다.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이나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사람도 안전하게 맞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백신은 신종 바이러스의 습격에 대한 확실한 방역이지만, 리스크가 큰 사업입니다. 개발 기간도 길고 많은 비용도 필요합니다. 백신은 특정 병원균만 공격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병이 유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효용가치가 없어집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잔뜩 만들어놓은 뒤 전량 폐기할 수도 있습니다(78쪽). 따라서 백신 개발을 민간 기업에만 맡겨둘 수는 없을 것입니다. 민간 기업과 정부의 협업 시스템이 매우 중요한 이유입니다. 12월 8일 영국은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습니다. 이 일을 맡은 영국 범정부 테스크포스의 책임자는 민간 바이오 벤처 투자 전문가 케이트 빙엄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입니다.
감염병이 유행하는 시기에는 자신과 이웃의 삶을 배려하고 실천하는 마음을 다져야 합니다. 생명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사람의 목숨은 퍼센트로 환산할 수 없습니다. 통계는 착각을 유발합니다. 치사율 0.1%라고 하면 1천 명이 걸려서 1명이 죽는다는 것입니다. 설마 난 9백99명 안에 들겠지? 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자기가 죽는 1명에 들면 자신의 치사율은 100%가 되는 것입니다. 운명에는 예외가 없습니다(4쪽). 바이러스의 특성을 이해하고 철저하게 대응하는 것은 나와 나의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의 생명을 존중하고 지키는 약속입니다. 원본 기사 보기:강원경제신문 <저작권자 ⓒ NGO글로벌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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